밭농사 재배일반
□ 품목별 파종, 정식 시기
0. 밭에다 직접 파종할 때는 씨앗을 조금 많이 뿌려주는 게 좋다. 뿌리는 방법은 크
게 세 가지가 있는데, 점파(點播, 점뿌림), 선파(線播, 줄뿌림), 산파(散播, 흩어
뿌림)가 있다
0. 새나 벌레가 먹든 안 먹든, 씨앗이 처음 자랄 때는 여럿이 함께 있어야 서로 협
동하여 잘 자란다. 나중에 꽤 자랐을 때는 서로 부대껴 솎아주어야 하는데, 솎아
준 것도 버리지 않고 다 먹을거리로 이용한다.
0. 점파는 하나하나 구멍을 파서 심는 방법이고, 선파는 호미로 홈을 줄 긋듯이 파서 죽 심는 방법이고 산파는 말 그대로 흩어 뿌리는 방법이다. 이런 파종 방법은 작물 종류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직파할 것인가 모종할 것인가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양을 대량으로 할 것인가, 소량만 할 것인가에 따라 다를 수가 있다.
0. 콩을 심을 때는 점파식으로 해서 세네알 씩 심는 게 좋지만 대량으로 할 경우는 산파를 하여 흙을 뿌려 덮거나 아주 대량이라면 로터리를 쳐 버리는 경우도 있다. 포트에다 모종을 키울 목적으로 심을 때는 당연히 점파를 하지만, 포트가 아닌 모판에다 심을 경우는 선파나 산파를 한다. 선파나 산파를 할 경우는 나중에 솎아줄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0. 파종을 한 후 흙을 덮어주는 두께는 항상 씨앗 두께의 두세 배를 덮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흙의 습기 상태에 따라서는 융통성 있게 해 주는 게 요령이다. 가뭄이 심할 때는 되도록 조금 두껍게 심어주는 게 좋다. 얇으면 씨앗이 금방 말라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씨앗을 뿌리기 전에 흙에다 물을 뿌려주면 좋다. 그러나 뿌리고 나서는 물을 뿌려서는 안된다. 오히려 더 물이 말라버릴 수 있다.
0. 반대로 장마가 져서 흙에 습기가 많으면 얇게 심어주는 게 좋다. 깊게 심으면 수분이 너무 많아 씨앗이 곯거나 삭아버릴 수 있다. 그러니까 씨앗 두께의 두세 배를 원칙으로 하되 습기 여부에 따라 얇거나 두껍께 덮어주면 되는 것이다.
0. 배추나 상추 같이 씨앗이 너무 작은 것은 비 피해가 우려되므로 모종을 키워 옮겨 심거나 직파를 하더라도 비가 오고나서 심는 것이 좋다. 요즘은 일기예보도 자주 빗나가 하늘의 변화를 쉽게 장담할 수야 없지마는, 어쨌든 씨앗이 작으면 비가 쏟아져 씨앗이 다 공기에 노출되거나 빗물에 튀겨 나가 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날씨 변화를 잘 알아보고 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다.
0. 씨앗이나 모종을 심을 때는 간격을 잘 띄우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인데, 작물이 다 자랐을 때를 염두에 두고서 그 포기만큼 띄워야 한다. 참외나 수박 같이 옆으로 넝쿨을 뻗는 것은 사방이 1㎡정도 되게 널찍하게 심고, 벼나 보리 같이 위로 죽 솟는 것은 한 뼘 간격이 좋고, 배추나 무 같이 잎사귀를 널찍하게 늘어뜨리는 것은 4-50cm 정도가 좋고, 고추나 가지 같이 가지를 옆으로 뻗는 것도 4-50cm 정도가 좋다. 반면 줄 간격은 이런 포기 간격에 약 1.5배 정도 띄운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0. 한편 콩이나 옥수수 같이 곡식류 씨앗은 까치 같은 새들의 피해가 우려되는데, 말이야 새의 먹이를 위해 세 알을 심는다고 했지만, 요즘은 매나 수리 같은 천적들이 없어 까치 놈들이 극성을 부려 피해가 꽤 심각하다. 이 또한 생태계가 망가지는 바람에 생긴 문제인데, 옛날 조상 농부들의 아름다운 마음마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 씁쓸하기 그지없다. 씨앗을 심어 놓은 밭에 까치 놈들이 나타나면 한 알만 먹는 게 아니라 거의 전멸해 버리곤 한다.
0.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제일 확실한 것은 비닐 하우스 같은 곳에다 모종을 키워 옮겨 심거나 모종을 사다 심는 게 제일 좋은데, 번거롭고 돈이 들기도 한데다 옥수수 같은 것은 직파해야 잘 크는 작물이어서 모종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니다.
0. 이에 대한 방법으로는 밭 주변에 반짝이 띠를 달아놓아 반사되는 빛으로 새의 접근을 막거나, 씨앗 자체를 목초액에 담가 놓았다가 음지에 말려 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숯을 구울 때 나오는 연기를 액화하여 받은 액체인 목초액은 그 특유의 불 냄새 때문에 새들이 먹지를 못한다. 그런데 먹지는 않지만 괜히 부리로 쪼아 씨앗을 망치기도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꼭 세네 알을 심는 게 좋다. 목초액은 숯가마 있는 곳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양을 적게 팔지 않아 텃밭 농사에서는 불필요하므로 조금 비싸더라도 종묘상에 가서 사는 게 편할 것이다.
○ 직파 가능품목
- 파 : 4월 상순, 8월 상순
- 메밀 : 봄재배 : 4월, 가을재배 7-8월
- 반드시 직파해야하는 품목: 옥수수, 수수, 무 등 뿌리식물
옥수수: 5월 상순,
- 콩 : 5월 중순- 6월중순
- 고랭지 무 : 5월하순 부터 8월까지 파종 가능
- 들깨, 참깨 : 5월 하순(투명 비닐 덮음)
- 시금치 : 여름파종(6-8월), 가을파종(9-10월)
○ 육묘하여 정식
- 부추 : 1월부터 가능하나 베란다 온도가 20도 이상되는 3월부터 육묘
(육묘기간90일)- 5월하순부터 9월하순까지 정식 가능
- 고추 : 3월 파종(정식기간 80일) - 5월중순 정식
- 상추 : 3월 파종 본엽2-4매때 포트에 이식, 본엽6-8매때 정식
- 호박, 청둥호박 : 3월말-4월 파종, 4월말-5월 정식
- 가지, 파 : 3월 하순 파종(30일 육묘) -4월하순 정식
- 파 : 4월 상순 파종, 7월 상순 정식
- 옥수수, 콩 : 4월 파종, 5월 상순 정식
- 방울토마토 : 4월(육묘일수 60일) - 정식은 6월
- 치커리, 아스파라가스 : 5월 파종, 6월 정식
- 참깨, 호박, 고랭지 무 : 4월하순 파종 - 5월하순 정식
- 시금치, 풋콩 : 5월초 파종 6월 정식
- 잎들깨 : 6월하순 파종, 7월하순 정식
○ 모종을 구입하여 정식
- 상추 : 봄-가을까지 수시, 본엽 6-8매시
- 고추 : 식재량 100평에 150-200주 25-30센치 거리로 식재,
이랑폭 75-90센치
- 호박 : 5월 중순
- 들깨 : 6월 하순
- 고구마 : 6월 중순(퇴비.질소비료가 필요없음)
- 감자 : 7월
- 수박, 참외, 토마토 : 5월 하순
(모종 키우기)
0. 사실 텃밭이나 주말농사 정도의 소규모에서는 모종을 키우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양도 적기 때문에 오히려 모종을 사다 심는 게 훨씬 수월하다.
0. 그러나 사실 농사의 반은 모 키우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농사를 전업으로 하지 않더라도 이왕 농사에 뜻을 갖고 있다면 모종 키우는 것까지 알아야 농사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0. 모종을 키우려면 비닐 하우스 같은 온실이 따로 있을수록 좋지만, 적은 양이라면 아파트 베란다나 옥상 위에다 간이 온실을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겨울철이 아니라면 비가림만 되어 있거나 언제나 쉽게 물을 줄 수 있는 곳에서는 모종 키우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0. 모종을 키우는 목적은 고추 같이 이른 2월이나 3월초부터 파종을 해야 하는 작물의 경우 서리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도 있고, 또 씨앗이 작아 빗물 피해를 막기 위한 것도 있지만 역시 제일 큰 목적이라 함은 모종을 내어서 옮겨 심으면 소출도 많고 더 튼튼히 크게 하기 위해서다.
0. 모든 작물이 모종을 내야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모종을 키워 옮겨 심으면 되지 않는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옥수수나 수수나 조나 밭벼나 무 같이 뿌리를 깊게 내리는 작물은 옮겨 심을 때 뿌리를 다칠 수도 있고, 한번 뿌리를 활착하면 그 자리에서 튼튼히 자라야 하기 때문에 옮겨 심는 것은 좋지가 않다.
0. 모종을 키우는 방법은 포트에다 심어 키우는 것이 있고, 맨바닥에 상토를 깔아 모가 자랄 모판을 만들어 키우는 방법이 있다. 포트에다 심는 것은 당연히 점파를 해야 하고 모판에다 키우는 것은 선파나 산파를 한다. 포트에다 심으면 나중에 옮겨심기 편한 장점이 있는 반면에 일일이 포트에 흙을 담는 일이 번거롭다. 반면 모판에 키우는 것은 그런 번거로움은 없지만 나중에 옮겨 심을 때 뿌리를 다칠 우려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텃밭농사에서는 양이 적기 때문에 포트에다 심는 것이 간편할 것이고, 양을 많이 하는 농사에서는 모판에다 키우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옮겨심기 전에 모판에다 물을 듬뿍 뿌려주어 흙을 충분히 적셔 놓으면 모종삽으로 조심스럽게 뿌리 다치지 않도록 모종을 뜰 수가 있다.
0. 포트이든 모판이든 모종 키우기에서는 상토가 제일 중요하다. 상토는 일단 물빠짐이 좋아야 하는데, 습기가 많으면 씨앗이 곯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토는 되도록 무균 상태이어야 하고, 풀씨가 없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균에 침투되면 작물이 약하게 자라게 되고, 풀시가 많으면 풀씨와 경쟁하느라 제대로 자라기 힘들고 나중에 일일이 풀을 골라 잡아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0. 다음으로 상토는 그렇게 비옥할 필요가 없다. 씨앗이 싹을 틔울 때는 흙의 거름 힘으로 트는 게 아니라 씨앗 자체가 갖고 있는 영양분으로 틔우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거름이 필요치는 않다. 약간의 거름이면 충분한데, 거름기가 너무 많으면 미생물이 많아 씨앗이 삭아버릴 우려가 있다.
0. 이렇게 만든 상토를 포트에다 담거나 모판에다 깔고 나서 씨앗을 심는데 심고 나서는 표면 위에다가 약간의 왕겨를 살살 뿌려주는 것도 좋다. 왕겨는 보온 효과도 있지만, 왕겨의 마른 상태를 보고 물을 주어야 할 지를 판단할 수 있어 좋다.
0. 모종 키우기 중에는 고추가 가장 힘들다. 아직도 겨울 추위가 남아 있는 2월 말이나 3월 초쯤에 심어야 하기 때문에 이중으로 온실을 만들어주어야 하는데다, 밤에는 이불을 덮어주어 영하 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를 해야 한다. 게다가 싹이 튼 후 잎이 네다섯 개 되었을 때 가식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0. 그래서 고추 모종 키우기에서 제일 중요한 게 보온이다. 이를 위해 이중 온실을 만들기도 하지만 여기에다 모판을 좀더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을 쓰면 좋다. 우선 전해 늦가을쯤 모판으로 쓸 바닥을 10cm 깊이로 고르게 판 다음 볏짚을 깐다. 깐 볏짚 위에다 상토를 깔고 다시 볏짚을 깐 다음 위에다 마직막으로 상토를 깐다. 말하자면 볏짚과 상토를 켜켜이 두 번 까는 것인데, 볏짚은 보온효과가 아주 뛰어난 재료인데다 10cm 땅 속에다 쌓기 때문에 냉해가 적다. 이렇게 모판을 준비해 두면 가식할 때는 이중 온실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가식할 때쯤이면 서리가 어느 정도 지나간 다음이어서 이 정도만 해 주어도 추위는 큰 걱정이 없다.
(모종 심기)
0. 모종 심는 시기는 작물마다 다르지만, 대개 떡잎이 나오고 다음으로 새순이 나와 잎사귀가 네 다섯 개 정도 되었을 때가 적당하다고 보면 된다. 심을 때는 구멍을 파서 반드시 물을 가득 붓고 모종을 넣은 다음 마른 흙으로 덮어준다. 심고 나서 물을 부으면 뿌리까지 닿지 않는데다 표토 위의 물은 금방 말라버린다. 일일이 물을 부으며 심는 것이 번거롭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 심으면 좋다.
0. 심는 방법 또한 작물마다 다른데, 고구마나 들깨 같은 경우는 뉘어서 길게 심고 흙을 잎사귀 목까지 덮는다. 대파 같은 경우는 뉘어 심는 것은 같지만 뿌리만 살짝 덮어주는 정도로 흙을 뿌리고, 그 외 대부분은 똑바로 심는다.
0. 심기 전에는 모판의 모종이든 포트의 모종이든 반드시 물을 뜸뿍 뿌려 뿌리가 물에 충분히 적시도록 해주어야 한다.
0. 모종을 심을 때 요령으로는 뿌리에 재나 숯가루를 묻혀 심는 방법이 있다. 또는 구멍을 파고 물을 붓고 재나 숯가루를 뿌려 심는 것도 괜찮다. 재나 숯가루는 인산 가리 비료도 되지만 병해충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 병해충에 대한 좀더 확실한 대책으로는 200배로 희석한 목초액 물을 붓고 심는 방법이 있고, 작물의 생육을 높여주는 방법으로 야채효소 액을 500배로 희석한 물을 붓고 심는 방법도 있다. 갖가지 채소로 발효시킨 야채효소는 그 자체가 뛰어난 영양이지만 또한 농축 발효균들이 많아 작물의 생육을 강하게 해 준다.
0. 모종을 옮겨 심으면 대개가 적응하느라 몸살을 앓는다. 그러나 사람도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하는 말처럼 작물도 이 몸살을 앓아야 더 튼튼하게 크고 열매도 튼실하다. 옮겨 심으면 한 일주일 정도 힘도 없고 축 늘어져 몸살을 앓는데 더 성숙하려고 하는 것이니 그리 걱정할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