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적 시절은 주로 시골생활이었다.
부친이 목회를 하시면서 이사도 자주 다녔지만 주로 임지가 시골 또는 중소 도시의 변두리였다. 가난하게 살기는 했지만 사는 곳마다 텃밭이 있었고 부모님들은 여러 가지 채소나 가축을 키우곤 했다. 어려운 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했던 부업농경이었다.
어릴 적 체험했던 이런 생활 바탕이 나이가 들면서, 기회 있을 때마다 전원생활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 조그마한 땅부치나 허름한 집이라도 가진 부모를 둔 친구들이 늘 그렇게 부러웠다. 나 자신의 방을 한번도 가져 본적이 없기 때문에… 내 나이 서른 될 때까지 지하 전세방 살이에 우리 가족은 내 집, 내 땅 이라고는 가져본 적이 없었기에… 그러한 이유가 땅을 소유하고 싶은 소망으로 늘 살았고 누구보다도 이 분야가 관심사였다.
아내와의 결혼 때 나는 제안을 했다. 그대나 나나 빈한한 생활에 지쳐있는데 빨리 일어나자고. 우리는 결혼반지, 시계 예물교환도 안하기로 했다. 돈을 아껴 결혼비용으로 소형 아파트 청약부터 했다. 그러한 시작이 좋았다.
그러던 즈음 3년전 직장생활도 주 5일 근무가 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동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나름대로 주말여가를 어떻게 보람 있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하여 즐거운 고민들을 하였고 지금도 다들 하고있을 것이다.
내 나름대로도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직장생활을 할 것인가 등등을 생각하다가, 여가생활을 위해서 그리고 남은 인생을 위해서 재빨리 결단을 내렸다. 기왕이면 내가 하고픈 일을 빨리 시작해 보려고.
경기, 강원, 충청권에 두루 발품팔이를 1년 정도 한 뒤, 삼년 전 내 고향 강릉 가는 길목, 홍천의 산골짜기 땅을 선택을 했다. 해발 450고지 준 고랭지이고 내 고향 오가면서 적당한 위치이기도 하고 땅값도 허름하여 조금 큰 땅을 샀다. 쓸만한 집도 예쁘게 지어져 있으니까…
그리고 아내가 직장을 그만둘 시기가 되면서 부모님과 한 지붕에 생활하기보다는, 부모님들도 전원생활을 좋아하시고 건강에도 좋고 해서따로 생활을 하도록 모시는 것도 좋겠다 라는 계획에 그러면 대충 1석5조 정도 효과는 되나?
그로부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는 주말 또는 휴일에는 홍천으로 무조건 내닫는다.
종류별로 각종 유실수, 관상수 수백 그루를 틈틈이 심었고 채소도 할 수 있는 한 갖은 욕심을 내어 심어 보았다. 이제 3년 차 농사꾼이다. 아직은 초보지만 왕초보 수준은 넘었다.
올해는 채소밭도 약 300평까지 늘려보았다. 동네 사람한테 맡겨 트렉터로 로타리 작업 등을 하면 몇 만원이면 되지만, 노동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어 부모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순전히 내 한몸 바쳐 삽과 곡괭이로 땅을 일구었다. 덕분에 3년 동안 몸무게가 15키로가 빠졌다. 20대 초반의 몸무게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근데 매일 먹는 요놈의 슐 때문에 뱃살은 여간해 줄지를 않지만…
그런데 전원생활이라는 것이 절대로 낭만이나 서정시만은 아니다. 경험자만이 아는 사실이지만…
웬놈의 잡초는 아무리 없애도 끝이 없는지, 뒤돌아서면 "무궁화 꽃이 피였습니다"이다.
그리고 우리 속담에 "쑥대밭이 되었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완전히 쫄딱 망가졌다 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쑥이 한번 자리를 잡으면 생명력이 끈질겨 뿌리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밭을 점령해 버린다. 쑥이나 잡초는 대충 뽑아대거나 제초제를 써도 뿌리는 살아남는다.
나는 올해 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쑥대밭을 쑥대밭으로" 만들 요량이다. 또한 쑥처럼 대단히 귀찮은 존재인 칡과의 전쟁도 선포했다.
칡도 캐어서 자근자근 다 씹어 먹어야겠다. 그러고 보면 쑥이나 칡이나 다들 몸에는 좋다고 하는 웰빙 식물이긴 하지만.
농사는 닭똥이나 재, 산의 부엽토를 활용하고 오줌을 받아 모았다가 희석해서 쓰고 깻묵을 구해 액비를 만들고 집에서도 매주 염분기가 있는 음식물을 제외한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 가져가 밭이나 나무 밑에 묻는 방식을 고집한다. 농약 대신 참나무 목초액, 은행잎, 솔잎 액비을 뿌려주고, 말 그대로 친환경 농법이다.
그리고 닭에 관심이 많아 여러 지역 시골 5일장, 농장, 인터넷 닭까페에 가입, 활동하면서 좋은 종계를 수집하곤 했다.
뒷산에서 고사목을 가져오고 마을 내 폐 농가의 스레트를 구하여 허름하나마 재래식 닭장을 짓고 케이지 사육이 아닌 방목을 하고 어미닭의 자연부화로 그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계사도 12개로 늘렸다. 이제는 성계만 10여종류, 60여마리다.
귀여운 병아리들이 어느날 야생동물에게 잡혀먹어 갑자기 사라지는 마음 아픈 경우도 많지만 넘 재미있다. 그래서 우리집 달걀은 품질 좋은 유정란이다. 병아리가 커서 처녀닭이 처음 알을 낳으면 초란이라 하여 엄마젖의 초유가 좋다고 하듯이 좋은 성분이 많다하여 초란은 시중에서 제법 비싼 값에 팔린다고 한다. 식구들이 아침마다 날계란으로 하나씩 먹곤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골생활은 농기구 등 준비할 것이 많아 은근히 농경비용이 제법 든다.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먹고 버리는 커피 종이컵을 모아 모종구를 만들어 아파트 베란다에서 밭에 심을 모종을 키우기도 했다.
올 봄에는 추워서 기후가 평년보다는 보름 정도가 늦었다. 지난주에 토마토가 1화방 시기였으나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초기 소출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산골짜기의 밭농사는 야생동물이 삼분의 일은 먹어치운다. 산비둘기, 꿩, 맷돼지, 고라니도 우리집 식구라 생각하고 남들처럼 밭에 보호망은 치지 않는다. 과실도 봉지를 씌우지 않아 새와 곤충들이 다 파먹는다.
그래도 자연산 만으로도 풍족하다.
봄에는 냉이 ,쑥, 달래, 씀바귀, 고사리, 드릅, 취, 돌나물, 머위, 칡, 뚱딴지 등 그 다음에는 뽕잎, 오디, 돌미나리, 산딸기, 산마늘, 산앵두, 산자두, 여름에는 오가피, 헛개, 엄나무 보신에 가을에는 산밤, 도토리, 잣…
촌음이 아까워 일에 매달리다 일일이 다 채취하여 먹지도 못한다.
시골생활 관심가지다 보니 알게된 사실이지만 웬만한 식물 부드러운잎은 다 먹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북미주 들판의 터줏대감 잡초의 하나인 개망초. 우리나라에도 건너와 토종들을 몰아내며 세력을 넓혀가고 있어 미움받는 외래식물이다.
그래도 때거지로 꽃 피면 예쁘다. 우리나라의 메밀꽃, 패랭이꽃 들판과 흡사하다. 그런데 개망초 어린잎으로 나물로 버무려 먹으면 정말 맛있다. 더덕잎, 뽕잎, 가죽나무 등도 마찬가지이고. 또한 30여가지 밭작물, 과실도 흐느러진다. 가락시장에 출하해도 될 만큼 말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반대하고 시골집에 같이 가지도 않던 아내도 처음에는 시큰둥하더니 이제는 배려해주고 같이 가기도 하고 열심히 도와준다. 아이들도 시골가는 것을 좋아한다. 부모님 건강도 좋아지셨다. 넘 좋다.
직장 퇴직 후 다른 직업을 가지거나 어떠한 사업으로 돈 벌기가 쉽지는 않다는 사실 잘들 아실 것이다. 괜히 일 벌렸다가 몇푼 안되는 재산 말아먹느니 본인처럼 시골에서 자급자족 정도하면서 노후 준비하는것도 괜찮다 싶어 동료들에게 이러한 생활을 권장하고 싶다.
나는 농사를 습작하면서 장기계획으로 나만의 농장을 설계하고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흑염소 방목을 계획하고 있다.
눈만 감으면 홍천이 떠오른다. 오늘도 잠자리에 들면서 맛있는 공상을 하면서 잠이 든다.
이번 주말에는 무슨 일들을 해야할꼬 즐거운 고민을 하다보면 나는 어느새 꿈속에서 그곳에 가있다.
'시골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걸이를 아시나요? (0) | 2009.06.29 |
---|---|
산딸기 오디를 아시나요? (0) | 2009.06.18 |
고들빼기를 아시나요? (0) | 2009.06.18 |
[스크랩] 금발이님 보셔요 (0) | 2009.04.03 |
부추의 효능 (0) | 2008.05.05 |